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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s & Years - If You're Over Me Years & Years - If You're Over Me 좋은 음악을 찾아 헤맨다. 몇달 전까지는 그 목표가 꽤 뚜렸했다. 좋은 레퍼런스를 찾고 싶었다. 몇년 전에도 그 목표는 뚜렷했다. 글을 쓸만큼 좋은 곡을 찾고 싶었다. 그 전에도 목표는 있었다. 국외 음악 뉴스를 무리 없이 번역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쌓고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목표가 없다.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힙합에 죽고 살던 나였는데, 이제는 힙합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요즘 나오는 음악들이 시시하게 느껴진다. 이 기분으로 몇날 며칠을 보냈다. 음악이 그 무엇보다 좋았기에 이런 감정을 이겨내기 무척 버거웠다. 버거운 감정을 끌어 안은 상태에서도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와 유튜브를 헤집고 다녔다. 그런 꼴이 우습게..
Humbert, 구원찬 - Way Humbert, 구원찬 - Way 요 며칠새 이 노래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몇가지 상념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앞길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가는 길이 어딘지 나는 궁금한 걸까, 내가 가야할 길이 어딘지 궁금한 걸까, 그 어떤 길도 가기 싫은 걸까. 센치한 기분이 반복될 수록 휴대폰에서는 같은 노래만 반복된다. 요즘 반복해서 듣는 노래가 험버트, 구원찬의 'Way' 이다. 음악을 들을 때의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생각해보니 달라진 이유는 내가 불필요할 정도로 직업적인 관점에서 음악을 듣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음악을 들으며 즐거움을 찾던 때로 돌아가보자. 그때는 3~4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힘들 때는 힘듦을 노래해주는 음악을 찾았고, 속상할 때는 ..
XamVolo - Feels Good XamVolo - Feels Good 아티스트 잼볼로(XamVolo)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재즈다. 흑인 음악에 관심있는 이라면 떼놓기 어려운 장르긴 하지만, 잼볼로에게는 더 특별해 보인다. 지금까지 발매된 곡은 거진 대부분 재즈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힙밥부터 훵크, 네오 소울까지. 내가 자라며 듣던 장르는 모두 재즈에 빚을 졌다.' 라며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다. 지난 2017년 10월 공개된 "Feels Good"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 있는 곡이다. 재즈에는 즉흥 연주라는 게 있다. 대강 어떻게 어떤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해서만 얘기가 된 상태로 무대에 올라 특정 파트에서 각자의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식이다. 재즈를 대표하는 특징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같은 ..
Little Simz - Morning w/ Swooping Duck LIttle Simz - Morning w/ Swooping Duck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다. 시간과 맞는 장르가 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 외근나간 사람들과 늦은 식사를 하러간 사람들 때문에 책상은 드문드문 비어있다. 가끔은 나 홀로 사무실을 채우기도 한다. 자리에 앉아 일을 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 있어도 사무실이 한산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따금씩 공기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늦은 봄 금요일 오후 3~4의 풍경은 대체로 이렇다.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 어울리는 곡은 재즈의 바이브를 머금은 감성적인 랩 음악이다. 리틀 심즈는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유독 잘한다. 특유의 영국 억양에 우울함이 살짝 섞인 그녀의 목소리는 강한 랩을 해도 살짝 우..
Kali Uchis - Your Teeth In My Neck Kali Uchis - Your Teeth In My Neck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사회의 골격을 파악할만한 시간. 그리고 그 속을 들여다 본 후 세상이 건네는 조건의 타당함 또는 부당함을 이해할 수 있는 시선. 그리고 이는 곧 사회에 대해 우아하면서도 자신의 문법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Your Teeth In My Neck"에서 칼리 우치스는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이용한 대형 회사와 자신의 관계를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알고 있겠지, 내 목에 찍힌 네 이빨 자국을' 이라는 가사처럼 회사가 원하는대로 가수를 움직이다가 필요 없어지면 내팽개치는 상황을 그림 그리듯 비유적으로 하나씩 풀어낸다. 꼭 뱀파이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언뜻 유치해보..
HONNE - Day 1 ◑ HONNE - Day 1 ◑ 첫 앨범을 좋게 들었고 앨범에 대한 리뷰도 썼지만 혼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혼네는 코드와 리듬, 보컬리스트의 개성까지 밴드 음악으로서 좋은 포인트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팀이 지닌 매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보컬이 왠지 실제로 들으면 어딘가 비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이 느낌에 확신을 갖게된 건 지난 때였다. 무대에 오른 혼네가 들려주는 연주는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했지만, 보컬 앤디 클러터벅은 음원으로 들을 때의 느낌을 잘 살리지 못했다. 음정은 흔들리자 이펙터도 덩달아 둘쭉날쭉하게 걸렸다. '좋은 연주아 2% 부족한 보컬의 어색한 동거'. 그때 든 생각이다. 그날의 라이브 이후 혼네의 음악은 잘 안 찾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