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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HONNE - Day 1 ◑


HONNE - Day 1 ◑

첫 앨범을 좋게 들었고 앨범에 대한 리뷰도 썼지만 혼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혼네는 코드와 리듬, 보컬리스트의 개성까지 밴드 음악으로서 좋은 포인트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팀이 지닌 매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보컬이 왠지 실제로 들으면 어딘가 비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이 느낌에 확신을 갖게된 건 지난 <서울 재즈 페스티벌> 때였다. 무대에 오른 혼네가 들려주는 연주는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했지만, 보컬 앤디 클러터벅은 음원으로 들을 때의 느낌을 잘 살리지 못했다. 음정은 흔들리자 이펙터도 덩달아 둘쭉날쭉하게 걸렸다. '좋은 연주아 2% 부족한 보컬의 어색한 동거'. 그때 든 생각이다.

그날의 라이브 이후 혼네의 음악은 잘 안 찾아 들었다. 그러다 며칠 전 신곡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곡 앞에서 클릭을 망설였다. 노래를 들으면 두 눈과 두 귀로 똑똑히 확인했던 그날의 경험이 무의미해 질 거란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혼네는 라이브보다 음원이 훨씬 좋은 팀인 걸 잘 아니까. 그때 'Day 1'이라는 곡 제목 옆에 붙은 '◑'이 눈에 띄었다. 저 기호는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궁금했다. 혼네는 기호를 이용해 곡의 컨셉을 짜는데 능하다. 이번에도 꽤 괜챃은 컨셉을 만들었을 거란 기대가 들었다.

우려와 기대가 반씩 섞인 마음으로 곡을 틀었다. 노래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고민하고 걱정했다고. 'Day 1(첫째 날)'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곡의 흐름은 다채로우면서도 깔끔했고, 연주의 퀄리티는 여전히 수준급이었다. 그리고 현실의 라이브에서는 아쉽게 느껴지기만 했던 앤디 클러터벅의 목소리는 역시 가상의 원 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이펙터 덕분에 몽환스러운 느낌도 은은하게 풍겼고 전주를 지나며 쌓인 감정이 부드럽게 터지는 후렴 부분은 차곡차곡 쌓인 악기와 산뜻하면서도 감미로운 느낌 때문인지 꼭 일본의 카페에서 파는 크레이프를 귀로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잘하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아는 듯했다.

사람들은 아무 곡이나 마구 잡이로 듣지 않는다. 대중의 선택에는 늘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아내고 싶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가수와 곡을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고 있다면, 어떤 포인트에서 비롯됐는지 연구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진 취향의 날은 더욱 매서워지고 음악 시장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음악만 듣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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