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

(44)
기리보이 - [외롬적인 4곡] 기리보이 - [외롬적인 4곡] 기리보이(Giriboy)의 새 EP [외롬적인 4곡]은 수록곡이 많지도, 구성이 복잡하지도 않다. 각 곡의 내용이 다층적이지도 않다. 모든 곡의 주제는 ‘사랑과 이별’로 한정되어 있다. 심지어 네 곡 가운데 마지막 곡 “새벽 4시”는 연주곡이다. 하지만 앨범은 묘한 울림을 전해준다. 내용을 복잡하게 꼬지 않아 이해가 쉽고, 가사 한 줄 한 줄에 감정을 가득 실었기 때문인지 듣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입 하게 된다. 이야기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두 번째 곡 “2000/90”처럼 단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 구성과 내용이 뻔하지 않아 듣는 즐거움도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청자에게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음악가에게 큰 자산이다. 하지만 그..
행주 - [BestDriver] 행주 - [BestDriver] 행주라는 래퍼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방사능과 리듬파워(Rhythm Power), 보컬도 소화하는 래퍼 등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많지만, 그의 특징을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동안 생긴 이미지는 리듬파워의 이미지였지, 행주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BestDriver]는 행주에게도,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음반이다. 리듬파워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행주, 온전히 그에게만 집중한 스핀오프 앨범이기 때문이다. 행주는 리듬파워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앨범 내내 진지한 가사를 뱉고, 빡빡하게 랩을 하며, 보컬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의 모습에 비춰보면 다소 낯설지만, 어색하지도, 불편하게 ..
Sik-K - [My Man] Sik-K - [My Man] 가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노래한다. 하지만 무엇을 노래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노래하느냐가 중요하다. 식케이(Sik-K)가 [My Man]에서 들고나온 주제인 ‘더 나은 삶’과 자신이 이끄는 ‘크루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사실 그 자체로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어쩌면 식상함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케이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그 주제들을 꽤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쓸데없이 과장하지도 않고, 청자에게 자신이 말하는 바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논할 뿐이다. 그래서 “Better Life”에서 말하는 삶의 중심이 릭 오웬스와 조던으로 대표되는 물질이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뱃사공 - [출항사] 뱃사공 - [출항사] 뱃사공은 절대 펜촉과 랩의 끝에 힘을 주지 않는다. 몇 장의 믹스테입과 리짓군즈의 앨범,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출항사]에 이르기까지, 뱃사공은 늘 한결같이 여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삶을 훌훌 털어놓는다. 자신의 삶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내뱉지만, 그 안에 자아비판, 반성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서른이라는 나이와 자유분방한 태도를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솔직하게 풀어낼 뿐이다. 포장도 없고, 미화도 없다. 예를 들면, “20세기 소년”에서는 늙지 않는 자신의 취향을 나열하고, “낭만 서른”에서는 ‘언제나 인생은 아름답다’라며 삶의 낭만을 노래하고, “아무것도 안 해”에서는 자신을 ‘구제 불가능한 뱃사공’이라고 지칭하며 한량다운 기질을 드러내는..
이루펀트 - [Man On The Moon] 이루펀트 - [Man On The Moon] 이루펀트(Eluphant)의 첫 앨범 [Eluphant Bakery]는 지난 2006년에 발매됐다. 10년 전이다. 강산도 변한다고 할 정도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도 이루펀트의 음악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스하다. 하지만 기존의 앨범과는 묘하게 다르다. 음악의 톤은 그대로 가져가되, 감정의 결은 묘하게 달리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두 멤버, 마이노스(Minos)와 키비(Kebee)의 연륜과 경험이 놓여있다. 그들은 시간의 변화를 통해 서사를 만들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주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며 변화를 꾀한다. 덕분에 조금은 멀찍이 떨어진 채 자신을 돌아보고, 과거를 회상해도(“이사하는 날”, “크레이터 (Crator)”, “MOTM”) 전혀 어..
피제이 - [WALKIN’ Vol.1] 피제이 - [WALKIN’ Vol.1] 오늘 나온 곡이 내일 사라지고, 앨범 단위 결과물보다는 싱글 단위의 결과물이 더 많이 나온다. 언제부턴가 음악은 향유한다거나 감상한다는 표현보다는 소비한다는 표현에 더 어울리는 물건처럼 바뀌었다. 문제의 원인을 무엇이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과거와 다르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제이(Peejay)의 행보는 꽤 흥미롭다. 모두가 짧고 간결하며 자극적인 음악으로 눈길을 사로잡으려는 상황에서 그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찬히 음미해야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연거푸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WALKIN’ Vol.1]은 그러한 피제이의 방법론이 거둔 결실이다. 그는 특정 악기를 과장하지도, 의도적으로 화려한 분위기를 구축하려 애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