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 - [BestDriver]

행주 - [BestDriver]

행주라는 래퍼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방사능과 리듬파워(Rhythm Power), 보컬도 소화하는 래퍼 등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많지만, 그의 특징을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동안 생긴 이미지는 리듬파워의 이미지였지, 행주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BestDriver]는 행주에게도,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음반이다. 리듬파워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행주, 온전히 그에게만 집중한 스핀오프 앨범이기 때문이다. 행주는 리듬파워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앨범 내내 진지한 가사를 뱉고, 빡빡하게 랩을 하며, 보컬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의 모습에 비춰보면 다소 낯설지만, 어색하지도, 불편하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앨범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주제와 분위기가 다양한 편이 아닌 건 아쉽지만, ‘보여줘야 한다’라는 무언의 압박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편하게 랩하고 노래하는 것처럼 보여 듣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편하게 다가온다이는 리듬파워가 불필요한 부담을 떨쳐낸 후 완성한 앨범 [월미도의 개들]이 좋은 완성도를 갖췄던 것과 일맥상통하다). 특히, 타이틀 곡 “BestDriver”는 명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손색없을 서사, 래핑, 구성, 완성도를 갖춤으로써 행주의 감정과 앨범의 마무리를 훌륭하게 다잡는다. 가끔 보면 잘 만든 스핀오프 영화가 더 나은 시리즈 탄생의 발판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앨범, [BestDrvier]가 좋은 실력을 갖췄음에도 긴 시간 터널만을 달려온 리듬파워, 그리고 행주에게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 Pepnorth

*본 글은 힙합엘이 윅엘이에 게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