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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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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하게 담긴 시골의 정서, 바라카몬 부드하게 담긴 시골의 정서, 바라카몬 바라카몬의 배경은 노멀하다. 도시에서 내려온 엘리트와 지방 사람의 만남. 게다가 그 지방사람들 대부분은 섬 사람 특유의 순박함을 지니고 있다. 이런 배경의 만화가 일본에서 낯선 편은 아니다. 게다가 20대의 청년과 초등학교에 겨우 취학한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끈다. 비슷한 내용을 지닌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제목을 특정하긴 어렵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얼핏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가 이 만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순박함으로 가득한 시골은 잠시 찾아 리프레시도 할 수 있을정도로 살만한 동네다?' 혹은 '시골 아이의 순박함에 대한 고찰?' 아니면 '..
Jay Prince - Bump That Jay Prince - Bump That 목소리를 비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목소리를 바꾸는 것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해 목소리를 변형하는 것까지 곡의 일부분이자 악기의 변주처럼 기능하게 만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요 근래 힙합씬에서 이 작업을 제일 잘하는 건 켄드릭 라마다. 이견의 여지가 없다. 곡의 구성에 맞게 흐름이 고조될 때면 목소리의 톤을 점차 높이고 목을 긁어대며 거친 소리를 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곡에 담긴 감정의 양상은 세분화되고 그 내용의 깊이는 보다 구체화된다. 켄드릭 라마는 이렇게 탄생한 다양한 목소리 중 유독 뚜렷하고 개성 있는 목소리에 가끔씩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한 곡 안에서 한 명의 래퍼가 두 명 또는 그 이상의 자아가 얽히게 ..
Crayon - Flee Crayon - Flee 유튜브에 Crayon이라는 키워드를 올려 놓자 자동검색어에 Crayon Pop이 떴다. 잊혀진 걸그룹 크레용 팝의 이름이었다. 크레용이라는 생각이 드니 크레용 신짱이 생각났다. 가수의 이름으로 쓰기에는 적합한 단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레용이든 크레파스는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일반 명사니까. 하지만 음악은 그렇게 익숙하거나 뻔하지 않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귀를 감싸듯 따뜻하게 다가오는 옅은 보컬, 그리고 그 배경이 되어주는 비트는 공간감을 보다 건조하게 형성하며 곡의 감정을 배가한다. 어떤 가사인지 알고 싶어 지니어스를 뒤졌지만 가사도, 가수의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이 곡이 실린 EP [Flee]는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겨우겨우 발견했다. 낯선 플레이리스트를 틀어 놓고 다..
Mura Masa - Move Me Mura Masa - Move Me 무라 마사의 음악은 간결하다. 드럼소리가 빵빵 울리고 때로 화려한 효과음도 들리지만 항상 그 속에는 무라마사 특유의 간결함이 숨어있다. 첫 정규 앨범도 그랬고, 그보다 전에 낸 EP도 그랬다. 그리고 새 싱글 "Move Me"에서도 무라마사의 음악이 지닌 그 특유의 성격을 찾아볼 수 있다. 이국적인 사운드에 큼직한 드럼 소리, 몽환적인 신스음이 어디 하나 모난 부분 없이 부드럽게 섞여 귀를 두드린다. 런던 출신 래퍼 옥타비안의 랩은 낮은 톤으로 비트 위를 잔잔하게 다지며 베이스가 하나 더 추가된 듯한 모습까지 연출한다. 어떤 기준으로 피처링 아티스틀 섭외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무라마사는 항상 이런 식이다. 비트감과 잔잔함을 고루 갖춘 비트 위에 낯설면서도 곡의..
KATIE - Remember KATIE - Remember 사랑을 노래하는 곡의 뮤직비디오가 흙빛이다. 때로 금빛이 등장하긴 하지만, 후렴에 그친다. 후렴을 지나면서부터 영상이 흑의 빛깔로 가득 메워지고, 이따금씩 갈색 또는 연한 갈색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혹자는 칸예 웨스트의 'Yeezy' 라인 패션쇼의 노골적인 레퍼런스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이 영상이 패션쇼 영상도 아니고 단순히 따라하기만 했다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래퍼런스 여부 자체는 큰 문제 거리가 아니다. 또한 영상의 레퍼런스는 비메오의 주요 스태프픽 영상들과도 맞닿아있다. 레퍼런스의 레퍼런스를 따라가다보면 논점은 희미해진다. 문제 삼기 애매한 부분이다. 레퍼런스란 그렇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소비하고 소화하는 사람의 입장 차이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일례..
XamVolo - Feels Good XamVolo - Feels Good 아티스트 잼볼로(XamVolo)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재즈다. 흑인 음악에 관심있는 이라면 떼놓기 어려운 장르긴 하지만, 잼볼로에게는 더 특별해 보인다. 지금까지 발매된 곡은 거진 대부분 재즈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힙밥부터 훵크, 네오 소울까지. 내가 자라며 듣던 장르는 모두 재즈에 빚을 졌다.' 라며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다. 지난 2017년 10월 공개된 "Feels Good"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 있는 곡이다. 재즈에는 즉흥 연주라는 게 있다. 대강 어떻게 어떤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해서만 얘기가 된 상태로 무대에 올라 특정 파트에서 각자의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방식이다. 재즈를 대표하는 특징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