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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Pop Adventure

KATIE - Remember


KATIE - Remember


사랑을 노래하는 곡의 뮤직비디오가 흙빛이다. 때로 금빛이 등장하긴 하지만, 후렴에 그친다. 후렴을 지나면서부터 영상이 흑의 빛깔로 가득 메워지고, 이따금씩 갈색 또는 연한 갈색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혹자는 칸예 웨스트의 'Yeezy' 라인 패션쇼의 노골적인 레퍼런스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지만, 이 영상이 패션쇼 영상도 아니고 단순히 따라하기만 했다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래퍼런스 여부 자체는 큰 문제 거리가 아니다. 또한 영상의 레퍼런스는 비메오의 주요 스태프픽 영상들과도 맞닿아있다. 레퍼런스의 레퍼런스를 따라가다보면 논점은 희미해진다. 문제 삼기 애매한 부분이다. 

레퍼런스란 그렇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소비하고 소화하는 사람의 입장 차이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일례로 며칠 전 발매된 유빈의 음악은 '시티팝에 대한 훌륭한 오마쥬'라는 평을 받았다. 시티팝 매니아들이 '이 곡은 레트로 시티팝이라는 평을 들을 이유가 없다' 라며 비판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음원부터 뮤비까지 레퍼런스로 가득한 유빈의 음악은 오히려 레퍼런스를 좇기만 했다는 비난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레퍼런스를 좇은 다른 곡들이 레퍼런스에 대한 지적을 받을 이유는 없다. 어떤 레퍼런스를 사용했느냐, 얼마나 많은 레퍼런스를 사용했느냐, 순수 디렉터의 창작물과 오리지널리티로 가득한가는 사실 대중 문화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중 문화에 원 소스나 레퍼런스가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응용해서 창작물을 만들었느냐가 되어야 한다.

'Remember'는 결론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결과물이다. 색채와 구도의 사용부터 그 과감성까지, 화면을 가득 메우는 건 케이티와 세트를 통해 구현된 디렉터의 도전적인 면모다. 갈색이 지닌 대지와 자연의 이미지는 실제 야외 로케에서도 얻을 수 있겠지만, 이런 세트 촬영으로 내는 분위기는 결이 묘하게 달라 그 나름의 맛이 있다. 이렇게 뒤틀린 형식은 기존의 R&B와 스타일이 약간 다른 얼터너티브 R&B라는 장르의 특성과도 잘 부합한다. 거기에 영어로만 구성된 가사는 곡과 뮤직비디오에 좀 더 이질적은 느낌을 부여한다. 얼터너티브 R&B, 나아가 퓨쳐 R&B는 국내에서 흔히 시도되지 않은 장르다. 특유의 사운드를 잘 이끌어 내기 쉽지 않아 듣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유튜브에 "88rising이나 H1ghr music과 계약하면 더 좋겠다' 라는 댓글이 달리는 건 이 곡이 지닌 색깔이 이쪽 보다는 조금 서쪽으로 치우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퀄리티와 스케일이 K-POP이 유독 더 반갑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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