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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무엘 - [FRAMEWORKS] 서사무엘 - [FRAMEWORKS] 서사무엘(Samuel Seo)의 음악은 크게 화려한 편은 아니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보컬은 담백하며, 그가 소화하는 프로듀싱은 소박하다 싶을 정도로 적지 않은 여백을 함유한다. 하지만, 그가 내는 결과물에는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그만의 느낌이 담겨있다. 새 앨범 [FRAMEWORKS] 역시 마찬가지다. 별다른 기교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랩과 보컬은 따스할 정도로 부드럽고 매끄럽다. 그는 이 톤과 스킬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앨범에 차근차근 풀어놓는다. 세상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쏟아내기도 하고, 삶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기도 하며, 사랑하는 이를 칭송하기도 한다. 개인사 역시 나지막하게 풀어낸다. 흥미로운 건 이 와중에도 그가 이야기에 힘을 주거나 과장..
박경 (Feat. 박보람) - "보통연애" 박경 (Feat. 박보람) - "보통연애" 블락비(Block B)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박경은 솔로 래퍼로 봐도 여러모로 매력적인 래퍼다. 특유의 살짝 말린 딕션과 중성적인 톤은 귀여운 느낌을 주고, 곡의 주제를 가사로 푸는 방식은 쉽고 편안하다. 일상적인 주제가 다수라 듣기 부담스럽지도 않다. 신곡 “보통연애”는 그런 박경의 기본적인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곡이다. ‘연애의 시작’이라는 주제는 누구나 들어도 편할 정도로 보편적인 주제이고, ‘이상형은 아니지만, 사랑에 빠진다.’라는 가사 내용은 그의 팬뿐만 아니라 일반 리스너라도 들으면 설렐 법한 부분이다. 물론 이런 내용적인 면이 전부는 아니다. 박경은 톡톡 튀고 쫄깃한 랩과 감미로운 멜로디가 가미된 랩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훅 부분..
개리 - [2002] 개리 - [2002] 개리(Gary)는 1999년에 데뷔했다. 당시엔 허니패밀리(Honey Family) 소속이었다. 이후 리쌍(LeeSSang)을 거쳐 첫 정규 앨범을 낼 때까지 16년 정도 걸렸다. 중간에 EP [Mr. Gae]를 발표하긴 했으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물이었다. 곡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개리만이 할 수 있는 주제이냐 아니냐가 불분명했다. 트렌드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은 사운드를 구축했다는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개리가 드디어 첫 정규 앨범 [2002]를 발표했다. 앨범은 전체적인 골격이 잘 잡혀있는 편이다. ‘밑바닥부터’라는 힙합의 전통적인 성공 신화부터 과거의 회상과 성공의 과시, 그 뒤에 따르는 외로움과 그리움이 모두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
기리보이 - [외롬적인 4곡] 기리보이 - [외롬적인 4곡] 기리보이(Giriboy)의 새 EP [외롬적인 4곡]은 수록곡이 많지도, 구성이 복잡하지도 않다. 각 곡의 내용이 다층적이지도 않다. 모든 곡의 주제는 ‘사랑과 이별’로 한정되어 있다. 심지어 네 곡 가운데 마지막 곡 “새벽 4시”는 연주곡이다. 하지만 앨범은 묘한 울림을 전해준다. 내용을 복잡하게 꼬지 않아 이해가 쉽고, 가사 한 줄 한 줄에 감정을 가득 실었기 때문인지 듣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입 하게 된다. 이야기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기도 한다. 두 번째 곡 “2000/90”처럼 단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 구성과 내용이 뻔하지 않아 듣는 즐거움도 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청자에게 뚜렷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음악가에게 큰 자산이다. 하지만 그..
행주 - [BestDriver] 행주 - [BestDriver] 행주라는 래퍼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 방사능과 리듬파워(Rhythm Power), 보컬도 소화하는 래퍼 등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는 많지만, 그의 특징을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룹으로 활동하는 동안 생긴 이미지는 리듬파워의 이미지였지, 행주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BestDriver]는 행주에게도,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음반이다. 리듬파워의 그늘에 가려져있던 행주, 온전히 그에게만 집중한 스핀오프 앨범이기 때문이다. 행주는 리듬파워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앨범 내내 진지한 가사를 뱉고, 빡빡하게 랩을 하며, 보컬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의 모습에 비춰보면 다소 낯설지만, 어색하지도, 불편하게 ..
Sik-K - [My Man] Sik-K - [My Man] 가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노래한다. 하지만 무엇을 노래하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노래하느냐가 중요하다. 식케이(Sik-K)가 [My Man]에서 들고나온 주제인 ‘더 나은 삶’과 자신이 이끄는 ‘크루에 대한 애정’은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사실 그 자체로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어쩌면 식상함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식케이는 ’솔직함’을 바탕으로 그 주제들을 꽤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쓸데없이 과장하지도 않고, 청자에게 자신이 말하는 바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음속에 간직한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논할 뿐이다. 그래서 “Better Life”에서 말하는 삶의 중심이 릭 오웬스와 조던으로 대표되는 물질이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