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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D'Angelo - Spanish Joint (Joe Kay's Slowed Edit)


D'Angelo - Spanish Joint (Joe Kay's Slowed Edit)


여러모로 재밌는 곡이다. 곡 자체가 리믹스로 재탄생한 배경도, 내가 이 곡을 듣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Spanish Joint는 D'Angelo가 2000년에 발표한 앨범 [Voodoo]의 수록곡이다. 곡이 발매되고 9년 정도 지난 2009년 무렵 DJ Miguel Macedo가 좀 더 소울풀하고 빠른 BPM의 곡으로 리믹스 했고, 이 리믹스를 몇년 후 Joe Kay가 BPM을 낮추고 몇가지 요소를 더한 'Slowed Edit'으로 변형해서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했다. 그리고 리스너에 불과한 나는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나서야 소울렉션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되어 곡이 제작되는 과정을 역순으로 하나씩 짚으며 신선함을 느낀다. 뒤늦게 알게된 곡에 대해 조금 더 깊게 팔 때마면 항상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재밌는 과정이다. 과거의 노래를 듣고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이 즐거움 때문이다. 

음악을 듣다 보니 Joe Kay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해졌다. Joe Kay는 음악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발표하는 편은 아니다. 대신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취향의 개성, 소울렉션 파운더라는 정체성, DJ로서의 실력을 바탕 삼아 국경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DJ로서 음악을 튼다. DJ라는 직업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그렇게 높은 것은 아니다 보니 위키백과 항목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대신 공식 트위터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Joe Kay는 트위터 프로필에 자기를 이렇게 소개해놨다. 'Connecting people through music'. Beats 1에서 소울렉션 라디오를 통해 전세계의 애플 뮤직 사용자에게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음악을 찾아 소개하고, DJ로서 팬들과 소통하는 그에게 딱 맞는 듯한 소개 문구였다. 

무언가에 있어 특정한 성취를 얻은 이들이 남긴 글귀를 볼 때마다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한다면, 나는 무엇을 통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과거에 나는 글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람이었다. 번역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기도 했었다. 글도, 번역도 뜸하게 하는 지금은 무얼 해야하는 걸까. 실은 몇달 전 거의 비슷한 고민을 했었고 꽤 그럴듯한 답을 얻었었다. 

첫 번째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영상 소매상 마냥 음악에 대한 정보와 지식과 잡다한 걸 팔아 제끼는 거다. 좋은 생각이었으나 몇달새 흑인 음악과 관련된 채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큰 메리트도, 재미도 없다. 두 번째는 좋은 글을 쓰고 이를 예쁘게 디자인해 나와 지인들만 소장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거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좀 더 현실적이다. 글을 좀 더 성의 있게 써야하고 인디자인을 공부해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생각만해도 꽤 재밌게 느껴진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글감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차일디쉬 감비노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글이고, 두 번째는 자넬 모네의 근작 [Dirty Computer]의 리뷰와 분석글이다. 이번 앨범은 딱 떨어지는 가사와 풍부한 영상 콘텐츠로 가득해 하나씩 천천히 읽고 보기만 해도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자넬 모네를 진지하게 감상할 생각만하고 못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절호의 찬스나 마찬가지다.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 다시 집중해보려고 한다. 

Joe Kay의 음악을 들으며 적기 시작한 감상이 이런 잡다한 생각에까지 이를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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