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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Charli Taft - Love Like You



Charli Taft - Love Like You


각 나라의 음악에는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하지만 대중 음악은 모든 음악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장르는 아쉽지만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 장르들의 느낌을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인기가 묘하게 달라지는 편이다. 철저히 상업적으로 본다면, 모든 대중 음악을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철저히 상업적인 시각이다.

지금 인기있는 장르는 힙합과 R&B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팝곡은 이 두 가지 장르 또는 그로 인해 파생된 몇가지 장르의 문법 안에서 정리된다. 어쿠스틱이나 포크가 이따금씩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지만, 그마저도 인기 있는 장르의 특징을 어느 정도 차용해 제작된 경우가 많다. 몇년 된 이야기지만 컨트리 송의 아이돌이었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팝으로 급격히 노선을 바꿨던 건 이런 음악 시장의 흐름을 상징하는 일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신현회와 김루트처럼 흔히 듣기 어려운 스타일이 인기를 얻는 일도 있지만, 그런 한두 가지의 특별한 사례로 시장 자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우리 나라의 인기 곡은 대부분 미국 유행가 장르와 그 발자취를 따르는 편이다. 대중 음악의 사운드를 선도한다는 요즘 아이돌들은 아예 외국 작곡가의 곡을 사오기도 한다. 해외 곡의 문법을 따르고, 한발 더 나아가 그 사운드 자체를 수입한다는 것. 그 속에는 돈을 주고라도 해외 시장의 핫한 느낌을 가져오고 싶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해외 유행가의 느낌을, 본토의 느낌을 낼 수만 있다면. 어쩌면 이 욕망이 현재 대중 가요의 퀄리티와 기준을 자꾸만 서쪽으로 옮기는 걸지도 모른다. 

찰리 태프트(Charli Taft)와 오비 클라인(Obi Klein)이 함께 만든 "Love Like You"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둘은 모두 SM을 비롯한 많은 K POP 아티스트에게 곡을 판 작곡가이다. 이 둘이 만든 비트와 가이드를 듣고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노래를 불렀고, 원곡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는 이야기다. 그런 둘이 스튜디오의 작은 스피커를 뚫고 나와 그간 자주 호흡 맞췄던 SM과 손을 잡고 SM STATION의 이름 아래 당당히 대중 앞에 곡을 발표했다는 것.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래서 곡이 나온다는 티저 영상을 본 순간 기대를 감출 수가 없었다. 당연히 곡은 그 기대에 120% 부응하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찰리 태프트는 오비 클라인 특유의 베이스가 돋보이는 비트 위에 보컬 멜로디를 부드럽고 우아하게 풀어 놓으며 기본을 다진다. 그리고 그 뒤에 수 많은 코러스와 애드립 라인을 다채롭게 깔아 곡을 훨씬 풍부하게 가꾼다. 가녀리면서도 폭넓게 울리는 찰리 태프트의 독특한 보이스는 고음역대를 꽉꽉 채우며 앞서 언급한 모든 요소를 하나로 만드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 비트부터 멜로디와 그 속에 담긴 보컬의 감정 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곡이다.

찰리 태프트와 오비 클라인이 각자의 이름으로 곡을 낸 적은 많지 않다. 사실 본 적도 없다. 그런 그들이 머나 먼 이국 땅까지 와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곡을 발표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음악 플랫폼 SM STATION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광경은 아니다. 왜 굳이 한국에 와서 곡을 낸 걸까? 어쩌면 그들은 본인들의 곡을 사간 한국의 가수들이 이런 수준으로 곡을 소화해주길 바랬다고 이 결과물을 통해 말하려는 건 아닐까? 그들의 행보가 워낙 낯설어 이런 생각마저 든다. 내뇌 망상이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이 곡이 그들에게 채찍질과도 같은 자극을 줬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선의의 경쟁은 긍정적인 결과를 동반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