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ke - Passionfruit (YaeJi Remix)
곡의 구성을 뒤틀고 악기를 비튼다. 리믹스 트랙은 단순해 보이는 작업을 통해 음악의 숨겨진 매력을 꺼내는 작업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색을 덧칠해 또 다른 색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음악에 대한 사랑이 깊은 이들이 좋아하는 곡의 다른 색을 보기 위해 리믹스 트랙을 듣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드레이크(Drake)는 더 이상 힙합계의 신인으로 엮이지 않는다. 힙합이라는 장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가 지닌 대중적인 힘은 팝스타 못지 않다. 앨범을 내면 수록곡 다수를 빌보드에 줄 세울만큼 폭넓은 인지도를 갖췄고, 실력에 비해 유명세를 얻지 못한 캐나다의 뮤지션을 대거 기용해 장르적인 완성도를 챙기는 센스도 지녔다. 그런 그가 각종 패러디의 대상 되고, 나아가 음악 리믹스 작업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쩌면 그가 지닌 다양한 파급력을 방증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 예지의 리믹스는 드레이크의 원곡 "Passionfruit"가 지닌 차분한 감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기본적인 틀 위에 예지는 앰비언트의 요소와 조금 증폭된 베이스 소리를 차근차근 쌓아간다. 겉으로 보면 기존 곡의 분위기와 크게 다를 바 없어보인다. 하지만 예지의 리믹스는 원곡과는 분명 다른 개성으로 채 청자의 귀를 건너 감성을 건드린다. 이 변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수분을 머금은 듯 촉촉하게 다가오는 예지의 목소리다. 드레이크와 같은 가사를 같은 멜로디로 부르지만 특유의 톤으로 나직하게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곡은 익숙하지만 낯설고, 차분하지만 나름의 긴장감을 갖춘 리믹스 트랙으로 변모한다.
리믹스라고 모두 신선한 건 아니다. 리믹스에는 유사한 소리를 내는 비슷한 악기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쓰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믹스가 된 트랙들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예지의 리믹스처럼 눈에 띄는 곡들이 있다. 이 차이는 원곡의 퀄리티에서 오는 걸까, 리믹스된 곡의 성질에서 오는 걸까? 좋은 노래를 찾아 들을 수록 머리 속 명쾌한 답들은 자취를 감춘다. 대신 흐릿해지는 경계선과 호기심 가득한 물음만 남는다. 예지의 곡을 들으며 그 대답에 대해 오래만에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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