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hmere Cat - Infinite Stripes
랩과 보컬의 하이브리드에 달린 변속 기어, 타이 달라 사인
짧고 명료한 메시지와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의 거듭된 반복. 얼핏보면 썩 지루한 조합이다. 지금의 음악은 멜로디의 흐름이 어떻고 구성이 어떻든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필요로 한다. 산업계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그 근원에는 미디어와 산업의 발달에서 비롯된 대중의 욕망이 자리한다. 그들의 귀를 잡기 위해 무한 경쟁에 나섰다고 해독 과언이 아니다. 신선함은 현 대중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나 다름 없다.
하지만 신선하다는 게 늘 하이패션이나 아방가르드를 뜻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전자음악의 세련됨과 매끈함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고개를 돌려 현재를 지나 과거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 캐시미어 캣(Cashmere Cat]의 새 앨범 [9]의 수록곡은 현대의 문법에 과거의 미학이 담긴 곡이다. 일렉트로닉 DJ라는 그의 직함에 걸맞게 곡에는 요즘의 칠한 바이브가 가득하지만, 그 위를 수놓는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의 보컬에는 여유가 가득 묻어난다. 싱-랩이 등장하긴 하지만 곡의 핵심이 되는 후렴은 캐치하면서도 느긋하고, 다채롭거나 화려하기보다는 포인트가 확실한 파트의 반복에 가깝다.
랩도, 보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싱-랩이라 정의하기에는 애매한 창법. 타이달라사인이 가장 잘하는 기술이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운명을 달리한 네이트 독이 보이기도 하고, 소울풀할 때는 알앤비 장르가 절로 생각나고, 래칫 트랙 위에서는 트렌드를 점령했던 장르의 클리셰 같은 창법들이 보이기도 한다. 타이 달라 사인은 위 세 가지 이상의 다양한 래퍼토리를 레시피를 꺼내듯 필요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늘어 놓는다. 그가 누구보다 세련되고 트렌디한 보컬이자 다양한 장르에 감초처럼 나설 수 있었던 이유다.
왠지 모르겠지만 타이달라사인의 목소리를 들을 때는 묘한 기분에 잠긴다. 캐시미어 캣의 잔잔한 비트 위에서 문득 네이트 독과 과거 알앤비의 바이브를 느낀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3~4분의 짧은 시간 동안 복합적이고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둘의 조합과 그 결과물은 분명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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