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

신선한 음악과 에너지가 필요할 때, 'Soulection Radio'



신선한 음악과 에너지가 필요할 때, 'Soulection Radio'


소울렉션을 처음 알게된 건 같이 일하던 친구 때문이었다. 미국에 소울렉션이라는 팀이 있는데 음악이 정말 좋다고 했다. 이 팀을 통해 좋은 음악을 많이 디깅한다고 하기도 했다. 당시 나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친구는 일을 하지만 성실하지 않았고, 말은 많았지만 지키는 법은 없었다. 겉모습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쉽게 쌓이는 내게 그의 말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줬다. 


그렇게 오랫동안 소울렉션의 이름을 잊고 살았다. 해당 크루 멤버들이 새 앨범을 낼 때 정도만 잠깐 생각이 나는 정도였다. 그때마다 소울렉션에 대해 알아볼까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면 또 이름을 잊어버렸다. 지난 몇년간 소울렉션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내가 이 라디오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나는 늘 새로운 음악을 찾아 다닌다. 사운드 클라우드를 직접 뒤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만든 믹스셋을 들어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이트에 올라오는 신곡도 체크해보고 아이튠즈나 스포티파이에 나오는 외국 앨범을 뒤져보기도 한다. 물론 시간은 한정적이고 나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모든 음악을 다 들어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꾸 새로운 음악을 체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진흙 속의 진주 처럼 남들이 주목하지 못한 음악을 찾아냈다는 기쁨을 빼놓기는 어렵다. 낯선 음악가의 새롭고 신선한 음악에게 자극을 받을 때면 내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기분도 든다. 내가 새로운 음악을 찾는 일을 내려 놓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일도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국내 음악 사이트 메인은 익숙한 사람의 익숙한 음악이거나 해당 회사와 비즈니스적인 관계를 맺은 이들 또는 온라인에서 이슈를 끄는 이들의 음악이 대부분이다. 사이트를 운영하든 이들의 음악적 식견이 반영되는 일은 거의 없다. Heatseekers처럼 신인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없고, 낯설지만 신선한 음악을 하는이들을 주목하기 위해 특별한 섹션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런 모습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새로운 음악을 나의 힘만으로 찾는 일에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외국 음원 사이트가 짜주는 플레이리스트나 라디오 스테이션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채널을 틀어놓고 일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메모한 후 나중에 정리한다. 이렇게 한지도 몇 달이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스테이션도 생겼다. 아이튠즈의 Beats 1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스테이션인 소울렉션 라디오(Soulection Radio)가 그 주인공이다.


소울렉션 라디오는 다른 라디오처럼 인터뷰를 하거나 요즘 잘 나가는 음악을 틀어주는 곳이 아니다. 라디오의 호스트인 Joey Kay가 매주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음악이나 유명한 음악의 리믹스, 비트 뮤직을 찾아서 약 두 시간 가까이 조용히 플레이를 해주는 곳이다. '퓨쳐 뮤직'을 표방하는 만큼 트렌디하거나 전자음악 기반의 음악이 주를 이룬다. 듣다 보면 '도대체 어디서 이런 음악을 구해온 거지 '싶을 정도로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 보기 어려운 신선한 비트나 독특한 구조, 채색이 돋보이는 음악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플레이리스트를 짜는 실력도 상당해 각 곡간의 유기적인 연결도 일품이다. 


지금까지 나온 EP는 총 310여 편이 넘는다. 나는 역순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아직 EP 280까지 밖에 못 들었다. 매일 거의 한 에피소드씩 듣고 있으니 앞으로 한 280일 정도 후면 다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 라디오를 다 듣고 나면 또 무얼 들어야할까 싶긴 하지만, 당분간은 아무런 걱정 없이 라디오를 듣고 음악을 디깅하려고 한다. 음원 사이트의 무한한 신곡에서 벗어나 소울렉션의 깊고 넓은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씩 꺼내 듣는다는 것. 내게는 투명한 에메랄드 빛 물로 가득한 열대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처럼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다. 



'Mus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Jorja Smith - Fine Lines  (0) 2018.02.01
Jazmine Sullivan X Bryson Tiller - Insecure  (0) 2018.01.31
Charli Taft - Love Like You  (0) 2017.08.18
Drake - Passionfruit (YaeJi Remix)  (0) 2017.08.02
Masego - Navajo  (0) 201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