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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Jorja Smith - Fine Lines


Jorja Smith - Fine Lines

음악의 퀄리티를 판가름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다만 대중 음악의 퀄리티는 간혹 몇 가지 요소로 쉽게 판가름나기도 한다. 가사의 발상과 노랫말의 감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어떤 발상으로 주제를 쪼개고, 어떻게 소분하느냐에 따라 같은 소재로 노래를 해도 결과물의 퀄리티는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 

조르자 스미스의 "Fine Lines"는 그런 면에서 흥미로운 곡이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선을 그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네가 내게 한 행동들, 나를 혼란스럽게 한 일 모두 옳지 못해. 나와 너는 여기서 어디에 서야할까. 슬프지만, 이유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 어쩔 수 없어.' 라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조금 전까지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사람을 앞에 두고 얇은 선을 서서히 긋는다. 얇은 선은 쉽게 깨진다. 깨지고 나서 돌아오는 건 다시 쉽게 깨어질 연애일 게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는 지금 알 수 없다. 일단 조르자 스미스는 선을 그으려고 한다. '어느 쪽이 맞는 걸까?' 라고 되물으면서.

3분 30초라는 긴 시간 동안 조르자 스미스가 묘사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이별을 목도한 커플의 짧은 찰나 정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순간은 순간은 '선'이라는 단어아래 조금씩 헤쳐 모여서 화자와 애인, 주저함과 확신 사이의 갈팡질팡 거리는 줄타기로 변모한다. 이 과정을 그리는 가사는 하나하나 꽤 탁월하다. 게다가 특유의 거칠고 살짝 꼬인듯 하지만, 때로는 놀랍도록 매끄럽게 청자의 귀를 간질이는 조르자 스미스의 목소리는 애매할 수도 있는 감정을 무척 매력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노래는 처연하게 들리기도, 태연하게 들리기도 한다. 조르자 스미스의 보컬이 지닌 강점이다. 

그래서 "Fine Lines"는 드라마 OST에 수록된 곡으로만 남기에는 아쉬운 곡이다. 한번 더 되새기고 싶어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