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drick Lamar & SZA - All The Stars
그래미 어워드는 본상 네 개 부문 중 세 개 부문에 브루노 마스의 이름을 아로 새겼다. 사실상 2017년은 브루노 마스의 해였다고 선언한 셈이다. 한 부문도 아닌, 총 세 개 부문에 대한 시상에 음악 팬들의 반발이 따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다. 브루노 마스에게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곡, 올해의 레코드 상을 모두 전달하기에는 각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작품들과 아티스트들의 면면이 녹록치 않다. 켄드릭 라마도 그중 하나다.
켄드릭 라마의 2017년은 센세이션했다. 그의 앨범이 나오는 해는 늘 그렇다. 앨범 [DAMN.]은 랩 퍼포먼스적으로도, 음반에 담긴 이야기만으로도 힙합 역대급 앨범의 반열에 들만큼의 퀄리티를 갖추고 있었다. 그 앨범만큼 눈에 띄는 건 뮤직비디오의 완성도였다. 유명 배우 돈 치들이 출연한 "DNA"도 꽤 화제가 됐지만, "HUMBLE"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켄드릭 라마를 가운데에 두고 위아래로 마구 흔들며 만들어 낸 독특한 잔상이 도드라지는 씬, 평평한 땅을 동근란 지구로 비틀어버리는 씬, 사진을 찍듯 카메라의 구도가 일시에 바뀌어 버리는 씬, 번쩍거리는 조명 앞에서 '기도'라는 단어를 거칠게 외치는 씬 등 뮤직비디오는 장엄함과 센스, 독특함을 고루 갖춘 작품이었다. "HUMBLE"의 뮤직비디오가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고의 뮤직비디오' 부문을 수상한 건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HUMBLE"의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은 이는 데이브 메이어스(Dave Myers)이다. 켄드릭 라마의 뮤직비디오를 맡은 건 이번 앨범이 처음이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듯 켄드릭 라마가 그리는 세계를 완벽하게 그려낸다. "LOYALTY."가 그랬고, "LOVE."가 그랬다. 이번에 새로 나온 "All The Stars"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브 메이어스는 다양한 미술품과 구도, 색채를 통해 마냥 어둡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밝지도 않은, 조금은 우울할 수도 있는 곡의 세계를 뮤직비디오에 하나씩 차례대로 녹여낸다. 씬 하나 하나가 미술품 또는 그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뮤직비디오는 힘있고도 우아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OST로 발매된 곡임에도 곡과 뮤직비디오가 마치 하나의 작품으로 기획, 발매된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켄드릭 라마와 데이브 메이어스의 호흡을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그는 힙합의 유행을 선도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는 유행을 책임지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그때 그때 생각나고 영감 받은 걸 앨범이라는 하나의 큰 골격 안에 하나씩 짜낸다. 그 이야기는 곡의 주제이기도 하고, 랩의 스타일이기도 하고, 영상의 형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해가 바뀔 때면 그는 지난 한 해를 빛낸 아티스트로 손꼽힌다.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씬의 최전선에 머문다는 건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켄드릭 라마의 세계를 충실히 구현한 "HUMBLE"의 뮤직비디오에 쓰인 촬영 기법과 색감, 구도는 지난 한 해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한 뮤비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재생산됐다. 방탄소년단의 "DNA" 뮤비 초입 휘파람 씬에 쓰여 화제를 낳은 기법도 마찬가지다. 이번 "All The Stars" 뮤직비디오에도 지난번 만큼이나 다양하고 독특한 기법이 쓰였다. 멋진 씬도 많이 연출됐다. 일부 장면은 상징적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음악 매체가 뮤직비디오 발표 소식을 앞다퉈 보도하고, 공개 하루만에 수백만 뷰를 찍을만큼 대중의 이목이 다시금 쏟아지고 있다. 어쩌면 작년처럼 그의 영향력을 여러 뮤직비디오에서 재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설령 켄드릭 라마의 정규 앨범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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