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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리뷰] Mick Jenkins - The Healing Component



[리뷰] Mick Jenkins - The Healing Component


01. The Healing Component

02. Spread Love

03. Daniel's Bloom

04. Strange Love

05. This Type Love?

06. Drowning (Feat. BADBADNOTGOOD)

07. As Seen in Bethsaida (Feat. theMIND)

08. Communicate (Feat. Ravyn Lenae)

09. Plugged

10. 1000 Xans (Feat. theMIND)

11. Prosperity (Feat. theMIND)

12. Fall Through

13. Love, Robert Horry (Feat. J-Stock)

14. Angels (Feat. Noname, Xavier Omar)

15. Fucked Up Outro (Feat. Michael Anthony)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고리타분할지도 모른다. 시카고 출신의 젊은 래퍼 믹 젠킨스(Mick Jenkins)는 이 고루한 주제를 전면에 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사랑의 의미나 진리, 심지어 예수까지도 이야기한다. 현재의 힙합이 주로 이성, 성공, 약물, 야망 등을 다룬다는 걸 생각해보면 조금 낯선 소재일 수도 있다.


믹 젠킨스는 이 진지하고 추상적인 단어의 가치에 자신의 언어를 더하여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낸다. 직접적이고 선명한 언급은 피하거나, 특정 사물과의 비유를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루는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며 정체성을 확보해낸다. 그가 가장 애용하는 비유의 대상은 ‘물’이다. 그의 이름이 리스너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믹스테입 [The Water[s]]와 지난해 냈던 EP [Wave[s]]의 타이틀도, 내용도 모두 물과 어느 정도 연관돼 있었다. 





물은 첫 번째 정규 앨범 [The Healing Component]에서도 적잖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앨범의 흐름상 중요한 곡마다 등장하며 곡의 전개를 이끈다. ‘나무에 물을 주겠다("Plugged")’, ‘물이 스며들었다("100 Xans")’, ‘물을 가져왔으니, 마음이 안정될 것이다("Communicate")’와 같은 구절들은 그가 말하는 ‘물’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 물은 "Fall Through"에서 드러나듯 나무, 뿌리, 낙엽 등의 연관 단어들과 조합되며 연속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물과 그 주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실 물은 어디까지나 그가 만들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세밀하게 그려주는 요소다. 믹 젠킨스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사랑을 잃지 말고 치유하자'에 가깝다.


믹 젠킨스는 앨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The Healing Component”와 “Spread Love”부터 이 내용을 되풀이하듯 읊는다. 그리고 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랑을 다양한 비트 위에 토로하듯 쏟아낸다. 기도해달라고 말하고("Daniel’s Bloom"), 사랑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일삼았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를 후렴구 전면에 끌어온다("Dr. Strangelove"). 그러다가도 사랑을 절대 잊지 말라고 조언하고("As Seen In Bethsaida"), 마리화나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날리자고 말한다(“1000 Xans”). 앨범은 여기서 특이점을 맞이한다. 앨범의 타이틀 [The Healing Component]의 약어 ‘THC’는 사람을 나른하게 해주는 마리화나의 성분을 일컫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사랑을 논하는데, 그 정반대에 있는 마약류의 요소를 활용한다는 역설적인 부분은 앨범 감상의 키 포인트 중 하나다. 





비트와 랩 퍼포먼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작곡가 집단 뎀피플(THEMpeople)을 필두로 케이트라나다(Kaytranada), 상고(Sango) 등이 선사한 비트는 힙합과 전자 음악을 유연하게 오가며 앨범의 밑그림을 훌륭하게 그려낸다. 믹 젠킨스는 그 위에 탁월한 중저음이 돋보이는 목소리로 불규칙적인 플로우의 랩을 쏟아내거나 느슨하게 훅을 소화하며 앨범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이는 믹 젠킨스가 말하는 이야기가 더욱 진지하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특징적인 트랙은 “Drowning”이다. 믹 젠킨스는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에릭 가너(Eric Garner)가 사망 당시 한 말인 ‘숨 쉴 수 없어(I can’t breathe)’를 인용해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을 이야기하고, 상처받은 양쪽의 치유를 물과 질식에 비유하는 등 조직적이고도 세밀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배드배드낫굳(BadBadNotGood)이 작곡한 비트는 먹먹하게 울리는 베이스와 산재한 여백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믹 젠킨스의 힘 없고 숨넘어갈 듯한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의 말을 듣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컨셉은 “Drowning”의 뮤직비디오에서 시각적으로 더욱 구체화 되기도 한다. 믹 젠킨스가 아이디어를 음악과 영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앨범은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지니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 또한 일부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가 말하는 주제의 진부함이다. 사랑 혹은 진리를 널리 퍼뜨린다는 컨셉은 어느 정도의 교조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앨범 전반적으로 되풀이되는 종교적 말씀도 한몫한다. 좋은 이야기인 건 알겠지만, 피로함이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래서 가끔씩 등장하는 게스트들의 목소리는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특히 "Angles"의 2절에 등장하는 래퍼 노네임(Noname)이 그렇다. 그의 나긋하면서도 상큼한 톤과 긍정적인 가사는 점차 밝아지는 앨범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끌어 올려주는 원동력이다.  


다양한 요소를 이용해 음악과 뮤직비디오, 나아가 앨범 하나를 통일성 있게 꾸미는 것. 그간 믹 젠킨스가 내놓은 결과물을 관통하는 흐름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물론, 이를 실현할 영민함과 추진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어려울 일이다. 잊고 있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게 완벽하거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믹 젠킨스. 그래서 [The Healing Component]는 앞으로도 우리가 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글 | Pepnor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