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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Common - Black America Again, 베테랑이 감각을 유지하는 법


Common - Black America Again (Feat. Stevie Wonder)


감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왔다가 금방 떠나가 버린다. 우리의 앞에서 사라져간 수 많은 원히트 원더들이 이 이야기를 방증한다. 재능과 노력에 대한 익숙한 이야기는, 사실 생각 이상으로 현실적이다. 그 현실은 곧 감각을 잃지 않는 노력을 의미한다. 노력은 그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커먼(Common)은 1992년 데뷔 앨범 [Can I Borrow a Dollar?]을 발표했다. 무려 14년 전이다. 그리고 커먼은 그 기간 동안 수준급 래퍼의 자리를 유지했다. 상업적으로 큰 히트를 기록한 건 많지 않지만, 메시지나 힙합의 멋을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은 늘 빠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노력 없이 주어진 재능은 쉭베 녹슬거나 사라져버린다. 14년 동안 그의 이름이 잊혀지지 않은 이유는 그가 꾸준히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소회를 음악에 담으려는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초에 발매된 [Black America Again]은 지난 앨범 [Nobody's Smiling] 이후 2년만에 발표된 앨범이자, 커리어 통산 11번째 작품이다. 눈에 띄는 건 그가 앨범 수록곡 "Black America Again"의 뮤직비디오를 22분에 이르는 장편으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비욘세의 시도에서 촉발된 장편 뮤직비디오 열풍은, 현재 미국 팝 시장의 저변에서 은은하게 흐르는 최신 기류와도 같다.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는 [Prima Donna] EP를 내면서 음반 전체를 15분 짜리 뮤직비디오에 함축해 표현, 세간의 호평을 받았다. 얼마 전 컴백한 알리샤 키스(Alicia Keys) 또한 20분에 이르는 뮤직비디오 안에 앨범 수록곡 전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변화한 음악성을 일거에 표현해냈다. 빈스 스테이플스는 힙합 씬에서 가장 떠오르는 유망주이고, 알리샤 키스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세계적인 팝스타이다. 14년 동안 쉬지 않고 음악한 커먼 역시, 이 흐름에 뛰어들었다. 아니, 뛰어들다 못해 한 발 더 나아갔다. 커먼은 22분에 이르는 러닝 타임 동안 앨범 전체가 아닌, 한 곡에 담긴 이야기와 그 배경을 폭넓게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비슷한 형태의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의도에 따라 결과물은 늘 달라지기 마련이다. 음악적으로, 예술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만들어내려는 커먼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가 베테랑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누군가는 커먼의 음악을 두고 비슷한 음악의 반복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커먼의 음악은 늘 컨셔스 힙합이라는 테두리 안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았고, 가사 또한 그 칭호에 걸맞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그 주체가 혹자는 꼰대라고 말하는 베테랑 래퍼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그리고 그 행동의 중심에는 고여있지 않은 마인드가 자리한다. 베테랑이 감각을 잃지 않는 방법은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간단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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