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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

[에버튼 전술 분석] 반슬리 전 (프리시즌)



[에버튼 전술 분석] 반슬리 전 (프리시즌)



(역자 주: 글쓴이는 UEFA B 라이센스를 따고 웨일즈 리그에서 6년간 1년 코치로 역임했고, 현재는 EPL의 한 클럽에서 풀타임 코치로 일하고 있는 축구인이라고 합니다.


원문은 GrandOldTeam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Pre Match


우리 에버튼의 프리 시즌 일정은 아직 초반이며, 오스트리아에서 열렸던 비공개 경기를 제외하면 이번이 첫 번째 ‘진짜’ 프리 시즌 매치입니다. 공식 SNS에 올라온 영상이나 사진들을 보아하니 피트니스 트레이닝을 무척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 ‘영입된’ 선수는 아직 골키퍼 마틴 스테켈렌부르크밖에 없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새로 온 로날드 쾨만 감독은 아직 주요 포지션에 큰 돈을 쓰기 전 기존 스쿼드를 평가해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포지션을 보강해야 하는가는 명백합니다. 제 생각에 영입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영입하려고 마음 먹었던 선수들과의 계약 협상 문제 또는 어떤 포지션에 얼마만큼의 돈을 써야하는가 계산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들어 중앙 미드필더 선수가 센터백보다 더 필요하다 같은 것 말이죠.)




선발 명단


쾨만은 스타팅 11에 어린 선수를 다수 투입했고, 데울로페우를 원톱으로 깜짝 기용했습니다.





포메이션


에버튼의 정석적인 4-2-3-1 대형을 썼습니다. 골대는 로블레스에게 맡기고, 베인스를 좌측 풀백에, 톰 데이비스를 우측 풀백에 기용했습니다. 신예 듀오 갤로웨이와 홀게이트는 나란히 센터백에 배치하고, 그 위를 받치는 홀딩 미드필더로 깁슨과 베시치를 낙점했습니다. 도웰은 넘버 10 롤을 맡았고, 좌우로 미랄라스와 레논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톱 자리에는 데울로페우를 깜짝 기용했습니다.




쾨만의 전술적인 접근과 마르티네즈와의 차이점.


마르티네즈의 접근법


마르티네즈 하에서 에버튼은 (어지간해서는 크게 변화가 없는) 4-2-3-1을 활용했습니다. 마르티네즈는 와이드 포지션에 윙어보다 플레이메이커를 배치했으며, 이 플레이메이커는 후방에서 올라오는 짧은 패스를 받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르티네즈의 에버튼은 천천히 빌드업해 올라갔습니다.




팀 대형


팀의 대형에서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와이드 포지션 선수 기용에 대해서는 (경기를 본) 대부분의 에버토니안들이 안심했을 것 같습니다. 쾨만은 좌우 측면에 진짜 윙어를 기용하며 공간을 무척 넓게 활용했습니다. 또한 볼 점유 여부에 상관 없이 상단에서 플레이하는 선수 넷은 지속적으로 자리를 바꿔 움직였습니다.




공이 없을 때


언스워스 하에서 치른 노리치 전과 같이, 기본적인 대형은 깔끔했습니다. 공을 잃을 경우 피치 높은 곳에서 즉각적으로 압박을 시도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공을 되찾지 못할 경우, 제자리로 돌아와 포메이션을 유지했습니다. 윙어들은 상대 풀백을 수비했으며, 측면에서 풀백들과 함께 더블팀을 이뤄 수비하기도 했습니다.


에버튼이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 넷을 이용해 상대 포백을 압박하는 장면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미드필더 수를 맞추기 위해) 홀딩 미드필더 둘 중 한 명은 위로 올라와야 했습니다.



(전방에 선 데울로페우와 그 뒤에서 일자로 진을 치고 있는 에버튼 선수들)



‘높은 압박’이 보여준 또 하나의 특징은 풀백이 올라와 상대 수비를 묶어뒀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선수에게 지시할 때 포인트는 상대방 선수에게 접근하되, 공이 올 시에만 수비를 붙게 한다는 겁니다. 이 방법은 자기 자리에서 크게 벗어날 필요도 없고, 뒷공간을 허용할 일도 적습니다. 수비수의 목표는 공이 상대 윙어에게 접근하기 전 가로채거나 뒤로 가게끔 압박하는 것입니다. 시무스 콜먼은 이날 경기에서 이러한 임무를 충실히 잘 수행했습니다. 



(홀딩을 맡은 베시치보다 높게 올라와 상대 윙어를 마킹하는 좌측 풀백 베인스)




공을 소유했을 때


1. 골킥


마르티네즈가 지휘할 때처럼 센터백들은 좌우로 넓게 서고 미드필더 한 명이 둘 사이로 내려와 볼을 받아 운반했습니다.


(좌우로 넓게 선 센터백 홀게이트, 갤로웨이. 그 공간을 점유한 깁슨)



후반전에도 선수만 다를 뿐 기본적인 기조는 동일하게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쾨만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넌지시 이야기했던 것처럼) 볼을 받은 풀백이 움직임을 다르게 가져간 것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연결' 항목에서 설명하겠습니다.



2. 연결


에버튼의 수비수들은 패스를 받은 후, 측면으로 빠지는 전방의 공격수에게 패스를 넣었습니다. 이런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우측면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경기 초반 측면으로 빠져 패스를 받으러 가는 원톱 데울로페우)



이 과정에서 레논의 훌륭한 움직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레논은 수비를 달고 필드 안쪽으로 이동했고, 이 움직임으로 인해 (수비에서 공을 한번에 연결해주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됐습니다. 상대의 압박을 회피하는(bypassing)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측면으로 빠지는 데울로페우와 중앙으로 쇄도하는 레논.. 으로 보임)



반대쪽에 있던 미랄라스에게도 같은 지시가 있었고, 도웰은 박스 안쪽으로 쇄도해 공격에 가담했습니다. 



(박스 안쪽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데울로페우와 측면에서 침투해 자리를 잡은 미랄라스. 그 뒤에서 쇄도하는 레논과 유망주 도웰의 모습)



이 움직임으로 경기 시작 12분 만에 골에 근접한 기회를 두 번이나 만들어냈습니다. 한 번은 미랄라스가, 한 번은 레논이 말이죠.



3. 공격 준비 태세를 갖춘 넘버 10과 빠른 패스 연결


전반전에는 홀딩 미드필더들이 도웰에게 볼을 공급했습니다. 도웰은 이 공을 받아 최소한의 터치를 통해 센터백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데울로페우에게 공을 빠르게 연결해줬습니다. 마르티네즈 하에서 넘버 10의 역할은 보통 공을 받고 중앙 미드필더에게 돌려주는 ‘벽’의 역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이뤄지는 팀의 빌드업처럼요.




골 찬스 창출


에버튼은 대부분의 골 찬스를 엔드라엔에서 볼을 끊어내 만들었지만, 상기한 것처럼 수비 지역에서 패스를 넣어주거나 넘버 10을 이용한 플레이가 주된 루트였습니다. 골 장면만 특정하자면 이렇습니다.




1-0: 미랄라스의 프리킥. 설명 불필요.




2-0: 데울로페우가 센터백 뒷공간으로 영리하게 빠져들었고, 스루 패스 또한 훌륭했습니다. 골키퍼 아래를 노린 피니쉬도 훌륭했습니다.



3-0: 바클리가 페널티 아크에서 볼을 잡은 후 수비를 따돌리고 로켓을 때려박았네요. 무척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gif출처: 아이라이크싸커 'Aragaki Yui'님)




위험 상황


에버튼은 플레이 중 많은 찬스를 내줬습니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쾨만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네요.



1. 수비 깊은 지역에서의 크로스 플레이, 골대 강타


전반전에 풀백들이 상대 선수를 놓쳐 크로스를 허용하고 센터백들이 잘 걷어내지 못해 고전했습니다.



2. 짧은 코너킥


짧은 코너킥을 잘 대처하지 못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에버튼 선수들이 코너킥 수비에 많이 가담해 숫적인 측면에서는 불리하지 않았습니다. 에버튼 코치는 상대가 코너킥을 짧게 올릴 때 두 수비수를 보내 한 명은 상대 선수를 묶고, 다른 한 명은 패스를 주거나 드리블을 칠 경우 막게끔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에버튼은 전반전 짧게 치는 플레이에 제대로 당했고, 불과 5분 뒤 비슷한 트릭에 또 한 번 속았습니다. 짧은 코너킥에 너무 느리게 대응했습니다.




약점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시즌 우리 에버튼은 크로스에 너무 취약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우리 풀백과 윙어가 상대에게 조금 더 접근해 크로스의 퀄리티를 낮추기를 바랐으나,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인 건 우리 센터백들과 골키퍼의 공중볼 경합 능력이 전반전에 너무 취약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즌 에버튼에게 상대의 측면 공격은 거대한 가시와도 같았으며, 저는 쾨만이 앞으로 이 점을 분명 보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푸네스 모리가 투입된 이후에는 한층 수비가 나아졌는데, 아무래도 전반전 센터백 듀오(홀게이트, 갤로웨이)가 너무 어려서 그랬던 것 같네요.


반슬리는 전반전 30분부터 45분까지 무척 훌륭한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에버튼 선수들은 쾨만의 압박 플레이에 적응하는 단계 같았습니다. 의심의 여지 없이요. 그간 우리 선수들이 하던 플레이를 떨쳐내기 위해 훈련을 분명 많이했을 겁니다.




결론


에버튼의 새 감독 하에 열렸고 긍정적인 부분이 많아 편안하고 즐거운 내용의 경기였습니다. 쾨만이라는 감독이라는 걸 따져보면,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해야할 일이 남아 있어 보입니다. 이번주 트레이닝에서는 수비 문제를 꼭 지적할 것 같네요.


열린 찬스를 조금 놓치긴 했지만, 데울로페우의 퍼포먼스는 눈에 띄었습니다. 공격의 어깨 역할 그 이상을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미랄라스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였고, 데이비스는 다시 한 번 주 포지션이 아닌 우측 풀백 자리를 능숙하게(comfortable) 소화했습니다.


다음 경기가 무척 기다려지네요. 새로운 선수를 시험해보고, 취약한 수비를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