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백아연 - 쏘쏘
오랜만에 컴백한 백아연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멜로우한 비트에 청아한 목소리, 공감가는 가사. "쏘쏘"는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등에서 백아연이 소화한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받는 고른 지지는 백아연이라는 가수의 티켓 파워, 흥행 능력을 여실히 반영하는 지표이다.
하지만 곡의 퀄리티와는 달리 뮤직비디오는 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기존 여자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은연 중에 흐르던 클리세, 나쁜 습관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사랑을 못 느끼는 감정을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하는 병인 것처럼 묘사하고, 그런 이에게 특효약은 멋진 이성이며, 남자인 의사와 여자인 간호사는 싫다는 주인공에게 끊임 없이 정형화된 이성의 형태를 강요한다. 이를 한사코 거절하던 백아연이 향하는 곳은 우연히 자신 앞에 등장한 한 남성이다. 백마탄 왕자에 반한 공주를 연상케하는 마무리다.
위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사랑에 대한 주체성의 상실, 미의 기준에 대한 강요, 신데렐라 스토리로 압축 가능하다. 한번 반대로 생각해보자. 사랑에 건조한 여성은 반드시 사랑에 빠져야만 하는가? 누군가에게 멋있다는 것이 모두에게 멋잇는 것인가? 여성이 사랑에 빠질 때는 꼭 한 눈에 빠져야만 하는가? 뮤직비디오는 기존의 미디어가 여성을 대상으로 만들어냈던 편향된 관점을 한 데 끌어모아 되풀이하는 데 그친다. 흐르는 젠더 의식에서 적어도 오십 보는 뒤쳐져있는 감각이다. 하지만 정작 가사에서 백아연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꽤 주체적으로 드러낸다. 곡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에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큰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백아연의 보컬은 여전히 청순하고 담백하다. 이런 노래는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는 경우가 많고, 대형 기획사에도 이런 가수와 곡의 존재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효용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맥락을 짚어내지 못하고, 불편한 관점을 끊임 없이 고수하며 정형화된 이미지에 의존하는데 급급한 뮤직비디오는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백아연의 개성은 상실됐다. 같은 회사 소속 그룹 트와이스의 "Cheer Up"이 가사에서 아쉬운 점을 드러냈던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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