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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O GROSSO - ラビリンス


MONDO GROSSO - ラビリンス

유튜브 사이트에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는 영상이다. 가끔 업로더가 세팅을 이렇게 해놓을 때가 있다. 누구나 볼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이런 세팅을 해놓는 건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곡은 왠지 느낌이 다르다. 동영상이 돌아가지 않아도, 경고 문구가 나와도 괜히 납득이 된다. 오히려 돌아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을 겉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보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성격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 나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수많은 인파를 해쳐가면서도 두 귀는 오로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할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은 마치 바이오 리듬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들쑥날쑥하다. 몇년 전만 해도 이런 감정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옷자락을 누가 잡고 있는 것마냥 한없이 축축해지는 것 같았다. 기분은 울적해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내 성격은 원래 흥겹지도, 신나지도 않는다는 걸 인정하면서 부터였다. 덤덤히 받아들이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이해와 인정의 양 갈래 길에서 나는 이해가 아닌 인정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정하고 밀어내도 찾아오는 감정이라면 내가 밀어낼 수 없는 거니 그저 인정하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부터는 같은 상황이 다시 찾아와도 좀 더 차분히 받아들이게 됐다. 

이 일련의 과정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기본적으로 쾌활함, 유쾌함 같은 단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차분하고 톤다운되어 있지만, 때때로 장난 섞인 농담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혼자있길 좋아한다. 이런 성격은 대체로 인기가 없다. 남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남을 웃길 줄 아는 사람이 인기 있는 편이다. 어릴 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부족한 위트와 센스를 보충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단어와 키워드를 기억했다가 틈만 나면 여기저기 날려댔다. 그래서 내 개그는 마이너했다. 나는 그렇게 아는 사람들은 웃길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 됐다.

그때도 물론 이런 생각을 하긴 했다. 이러다가는 진짜의 나와 가짜의 나가 분리되어버릴 것 같다고. 이런 나는 진짜의 나가 아니라고. 그런 생각을 한지 몇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나는 좀 더 나와 가까운 나를 마주하고 있다. 사회에 나오니 조금 더 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탓도 있다. 일적으로는 힘든 일을 자주 마주하지만, 오히려 내면의 평화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몬도 그로소의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마냥 거리와 시장을 힘차게 내딛는다. 때로는 춤도 하고 노래하듯 제스쳐도 취하고 주변 사물을 만지고 기대기되 한다. 하지만 거리에는 분명 사람이 있다. 그녀 뒤로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그녀를 힐끔 쳐다보기도 한다. 그럴수록 주인공은 더욱 힘찬 몸짓으로 어두운 거리를 밝힌다. 

거리에서 독특한 모습을 가감없이 뽐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통속에 적응하려던 내가 보이기도 했고, 그런 모습에 우울함을 느껴 이어폰을 끼고 걷던 내가 보이기도 했다. 곡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몇가지 확신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또 그에 대해 확신이 있다면 그 어떤 세상에서도 겁날 건 없다고. 세상은 함께 살아감과 동시에 나 혼자 살아가도 충분히 의미 있는 곳이라고. 고립되어 있다고 해도, 어쩌면 그 고립은 진정한 의미의 고립은 아닐 거라고. 어차피 세상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