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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Kehlani - Personal


Kehlani - Personal

-솔로 여가수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기대하며


이 곳의 음악은 팝이든 J-POP이든 타국의 음악을 따라가는 성향이 짙다. 포크는 포크 나름대로, 락은 락 나름대로, 힙합은 힙합 나름대로. 가장 특이한 건 아이돌 음악이다. 그들은 전 세계의 서브 컬쳐를 다양한 방식으로 집어삼킨다. 떠오르는 장르의 문법은 머지 않아 K-POP의 문법으로 이식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머지 않아 K-POP의 뮤직비디오에 꽤 흡사한 방식으로 재현된다. 그래서 어떨 때는 K-POP이 꼭 서브 컬쳐의 포식자이자 전 세계 장르 음악이 한 데 모여 싸우는 콜로세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켈라니(Kehlani)의 "Personal"은 트랩 비트에 알앤비를 끼얹어 탄생한 팝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이 피치로 조절한 보이스 샘플이 전반부를 휘감는 가운데, 메인 멜로디는 이따금씩만 등장하고, 대부분은 느릿한 드럼과 박자를 쪼개는 하이햇으로 이뤄져있다. 그리고 그 위를 랩과 노래의 중간 형태인 싱-랩이 차지한다. 가끔은 트렌디하게 세박자로 가사를 나누고 음정의 변화 없이 내달리기도 한다. 

전형적인 작법일 수록 가수의 역량은 더없이 중요하다. 켈라니는 지금 나오는 가수들 가운데 트랩의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알앤비 가수다. 같은 라인도 그녀의 입을 거치면 보다 트렌디해지고 리드미컬해진다. 다른 이들의 싱랩보다 그녀의 랩이 유독 쫄깃하게 느낌있게 들리는 이유는 그 디테일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뭄바톤과 트로피컬 하우스가 차트 상위권에서 심심치않게 보인다. 장르 자체가 조금 뽕삘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 음악의 주체가 될 아이돌들이 장르의 특징을 꽤 잘 체득한 덕분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다음 유행할 장르는 무엇이 될까. 국내 연착륙에 한 번 실패하긴 했지만, 여전히 빌보드에서 위세를 떨치는 트랩형 알앤비가 그 주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유행하고 있는 음악은 한 번 쯤 시도해보기 마련이고, 그 장르가 솔로 여성 가수들이 내디딜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면 재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본다면 비트부터 가수의 디테일까지 장르의 세밀한 요소를 수준 높게 구현한 켈라니의 "Personal"은 장차 훌륭한 레퍼런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벌서부터 다음 장르를 내다보는 건 굉장히 무모한 짓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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